
한국은 정말 'BIM 후진국'일까: 해외와 비교해서 본 현실적인 격차
해외 BIM 컨퍼런스 자료를 보다 보면 "한국은 BIM 후진국인가?"라는 생각이 스칠 때가 있다. 영국, 싱가포르, 북유럽 국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BIM을 의무화했고, 그 성과도 데이터로 착실히 쌓이고 있다. 하지만 이 격차를 "우리가 뒤처졌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보다, 각 시장이 어떤 이유로 그 속도를 냈는지 이해하는 게 더 실용적이다.
"그럼 한국은 언제쯤 저 나라들처럼 되나요?"같은 궤적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각국의 BIM 의무화는 시장 구조(공공발주 비중, 건설업 규모, 표준화 문화)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중요한 건 "몇 년 뒤처졌나"를 세는 게 아니라, 우리 시장 구조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해외 vs 국내 BIM 현황
국가별 BIM 의무화 현황
- 영국: 정부 발주 BIM 의무화(2016~), ISO 19650 기반 표준이 성숙 단계
- 싱가포르: 2015년부터 연면적 5,000㎡ 이상 신축 프로젝트에 BIM 의무화
- 핀란드·노르웨이: 공공 발주 BIM 의무화, IFC 중심의 오픈 BIM 문화가 정착
- 한국: 조달청·LH·SH 등 공공 발주 중심으로 BIM 의무화가 확대되는 중, 아직 초기 단계
선진국과의 차이, 무엇이 다른가
1) 표준화 수준
영국·북유럽은 ISO 19650을 기반으로 국가 단위 표준이 정립돼 있다. 반면 국내는 발주처(조달청, LH, 각 지자체)마다 요구하는 LOD 기준과 제출 형식이 조금씩 다르다. 같은 "BIM 프로젝트"라도 발주처가 바뀌면 처음부터 기준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2) 교육 인프라
해외는 대학·전문 교육기관이 BIM을 정규 커리큘럼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아, 신입 인력이 이미 기본기를 갖추고 실무에 들어온다. 국내는 아직 재직자 재교육(사설 학원, 단기 강의) 위주라, 신입 교육 부담이 기업 쪽에 더 많이 쏠려 있다.
3) 데이터 공유 문화
핀란드·노르웨이는 오픈 BIM(IFC) 기반 협업이 문화로 자리잡아, 특정 소프트웨어에 종속되지 않는 데이터 교환이 상대적으로 자연스럽다. 국내는 Revit 종속도가 높아, IFC를 통한 협업보다는 같은 소프트웨어를 쓰는 것을 전제로 한 협업이 여전히 많다.
4) 법적 체계
BIM 데이터의 소유권·저작권·책임 소재에 대한 계약 가이드라인이 해외는 비교적 정비된 반면, 국내는 아직 관련 판례와 표준 계약서 양식이 부족한 편이다.
격차를 메우는 실용적인 순서넷 중에서 개별 조직이 가장 빠르게 손댈 수 있는 건 **표준화(사내 BEP·템플릿 정비)**다. 교육 인프라나 법적 체계는 산업 전체·정부 차원의 문제라 개별 기업이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지만, 사내 표준을 ISO 19650 기준으로 정리하는 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선진국 따라잡기" 프레임에 갇히지 마라해외 사례를 참고하는 건 좋지만, "영국처럼 되어야 한다"는 목표 설정은 시장 구조 차이를 무시한 접근이다. 영국은 공공 발주 비중이 크고 정부 주도 의무화가 강력했던 반면, 국내는 민간 발주 비중과 실무 관행이 다르다. 비교의 목적은 열등감이 아니라 "우리 시장에 맞는 다음 단계가 뭔지" 찾는 데 있어야 한다.
마무리
국내 BIM은 선진국에 비해 늦게 시작했지만, 최근 공공 발주의 BIM 의무화 확대로 격차를 빠르게 좁혀가고 있다. 중요한 건 "남들 하는데 우리는 왜 안 하나"라는 비교가 아니라, 우리 시장과 조직 구조에 맞는 BIM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