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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싱가포르·UAE가 BIM 선진국인 진짜 이유 - 글로벌 BIM 정책 비교

MADE IN WORKS·2026. 8. 3.·7분 읽기

"한국은 BIM 후진국인가"라는 질문은 감정적인 접근이다. 그보다 더 생산적인 질문은 "이미 BIM을 제도화한 국가들은 어떻게, 무엇을, 왜 의무화했고, 그 결과는 무엇인가"다. 이 글은 영국, 싱가포르, UAE의 BIM 정책을 들여다보고, 한국이 어떤 지점을 참조할 수 있을지 분석한다.

BIM 선진국의 공통점
BIM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국가들은 하나같이 **"BIM을 쓰라"가 아니라 "BIM으로 제출된 데이터로 심사·승인·관리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수요를 만들었다. 공급자(설계·시공)가 BIM을 하게 만드는 것은 정부의 구매력(Purchasing Power)이다.

영국 — BIM Level 2 의무화의 교과서

영국은 2016년, 모든 정부 발주 건축 프로젝트에 BIM Level 2를 의무화했다. 여기서 말하는 BIM Level 2는 "3D 모델을 협업 환경에서 관리하되, 각 분야가 독립적인 모델을 만들고 IFC/COBie로 교환하는 수준"이다. 완전한 통합 모델(Level 3)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수준에서 의무화를 걸었다는 점이 전략적 성공 요인이었다.

영국 모델의 핵심 요소:

  • BS 1192(현 ISO 19650)를 국가 표준으로 채택 — 협업 프로세스와 명명 규칙을 표준화
  • PAS 1192 시리즈로 BIM 실행 계획·정보 교환·보안까지 세부 지침 마련
  • COBie 데이터를 준공 시 정부에 제출 의무화 → 정부 FM 데이터베이스로 직행
  • 2016년 의무화 전 5년의 유예 기간 — 산업계가 준비할 시간을 줌

결과: 영국 건설 산업의 BIM 도입률은 2011년 13%에서 2020년 73%로 급증했다. 20162020년간 정부 건설 프로젝트 비용이 약 1520% 절감되었다는 자체 평가도 있다. UK BIM Framework는 현재 ISO 19650 기반으로 업데이트되어 국제 표준 확산의 기반이 되고 있다.

싱가포르 — 인허가 자동화의 궁극

싱가포르의 CORENET(COnstruction and Real Estate NETwork)는 BIM 정책의 가장 첨단 사례다. 2015년부터 5,000㎡ 이상 프로젝트에 BIM 기반 전자 제출(e-Submission)을 의무화했고, 현재 CORENET X로 진화하여 BIM 모델을 건축·소방·환경 인허가 심사 엔진에 직접 연결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싱가포르의 특징:

  • BIM e-Submission: BIM 모델을 제출하면, 인허가 규칙 엔진(건축법·소방법·장애인 접근성 등)이 자동으로 모델을 검증한다. 사람이 도면을 한 장씩 보면서 심사하는 방식을, 기계가 수백 개 규칙으로 24시간 심사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 규칙 기반 심사의 파급력: 인허가 심사가 BIM 모델로 이루어지니, 모든 설계사무소가 사실상 BIM 사용을 강제받는다. CAD 도면으로는 인허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 Code of Practice: BIM 가이드, BIM Essential Guide, Singapore BIM Guide 등 실무자를 위한 상세 가이드라인 무료 배포

결과: 인허가 처리 기간이 평균 40% 단축되었고, 규칙 기반 자동 심사로 인허가 담당 공무원의 업무량이 대폭 감소했다. 싱가포르는 BIM 의무화를 "비용"이 아니라 "인허가 프로세스 개혁"으로 패키징한 전략이 성공적이었다.

UAE (두바이) — 법령으로 찍어누르기

두바이는 2013년,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BIM 의무화 법령을 발표했다. 40층 이상 또는 3만㎡ 이상 건물, 그리고 모든 정부 건물에 BIM을 의무화했다. 영국이 5년의 유예 기간을 둔 것과 달리, UAE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강제했다.

UAE의 특징:

  • 법령(Decree) 기반 → 위반 시 인허가 거부, 벌금 부과로 강력한 집행력
  • BIM 로드맵 2030 — 모든 건설 프로젝트로 BIM 의무화를 단계적 확대
  • 국제 설계사(영국, 미국, 호주 등)에 의존 → BIM 기술력은 해외에서 수입하고, 규제는 자국에서 집행하는 구조

결과: 대형 프로젝트(엑스포 2020 두바이, 박물관, 공항 등)는 BIM으로 설계·시공·운영되고 있지만, 중소형 로컬 설계사무소들은 여전히 CAD와 BIM 사이에서 과도기를 겪고 있다. 강력한 법령이 반드시 전 산업의 BIM 체질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교훈을 남겼다.

[Image: 영국·싱가포르·UAE의 BIM 정책을 3열 타임라인으로 비교 — 의무화 시점, 유예 기간, 주요 산출물(COBie/e-Submission), 성과 지표를 한눈에 비교]

한국과의 비교 —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비교 항목영국싱가포르한국
의무화 방식정부 발주 BIM Level 2 의무화인허가 심사 BIM e-Submission조달청·LH 발주 BIM 단계적 의무화
표준 체계BS 1192 → ISO 19650 전환, UK BIM FrameworkSingapore BIM Guide + CORENET X건축분야 BIM 적용 지침(조달청), 스마트건설 로드맵(국토부)
데이터 요구COBie → FM 시스템IFC → 인허가 엔진발주처별 상이 — 통합 표준 부재
유예 기간5년 (2011~2016)약 34년 (20112015)단계별 적용 중 (2025~2030 목표)
진입 장벽 완화정부 템플릿·교육·가이드 무료 배포Code of Practice 무료 배포 + BIM Fund로 중소기업 지원BIM 교육·컨설팅 지원 사업 부분 시행 중이나 규모는 제한적

한국이 참조할 수 있는 핵심 교훈:

  1. 발주처의 확고한 수요가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BIM 하면 좋다"가 아니라 "BIM으로 제출하지 않으면 입찰 불가"가 되어야 움직인다.
  2. 표준 가이드라인과 템플릿을 정부가 무료 배포해야 한다. BIM을 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중소 설계사무소가 대부분이다. 이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지 않으면 BIM은 대형사만의 도구가 된다.
  3. 인허가 심사 자동화가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한다. 싱가포르의 CORENET X가 증명했듯, BIM 데이터가 인허가·심사·승인 프로세스에 실질적으로 활용될 때 산업 전체의 BIM 전환이 가속화된다.

마무리

BIM 의무화의 성공은 "법령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BIM 데이터가 실제 행정·계약·인허가 프로세스에 편입되었는가"에 달려 있다. 한국은 그 과도기의 초입에 서 있다. 조달청의 BIM 의무화가 점차 확대되고, 스마트건설 로드맵이 실행력을 갖춰가는 이 시기가, BIM 선진국 사례에서 배운 교훈을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