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M경영실무입문

"그 모델 누구 거예요?" BIM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야 터지는 질문

MADE IN WORKS·2024. 6. 29.·5분 읽기

프로젝트가 끝나고 몇 달이 지난 뒤, 발주처가 "그 BIM 모델, 다른 현장에도 좀 쓸 수 있게 보내주세요"라고 연락해온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당황스럽다 — 계약서 어디에도 "모델을 넘긴다"는 말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다툼은 드문 일이 아니다. BIM 프로젝트에서 데이터의 소유권·책임·저작권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으면 프로젝트 후반에 반드시 터지는 뇌관이다.

"설계비 냈으면 당연히 저희 거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도면과 BIM 모델은 법적으로 다르게 취급될 수 있다. 도면은 "결과물"이지만 BIM 모델은 그 자체로 재사용 가능한 데이터베이스에 가깝다. "결과물에 대한 대가"와 "데이터 자체에 대한 권리"는 별개의 문제이며, 계약서가 이를 구분해서 명시하지 않으면 분쟁의 씨앗이 된다.

BIM 법적 이슈의 3가지 핵심

반드시 짚어야 할 3가지
  1. 데이터 소유권: BIM 모델과 그 안의 정보는 누구의 소유인가?
  2. 책임(Liability): 모델 오류로 인한 손해는 누가 부담하는가?
  3. 저작권: 이 BIM 모델(또는 그 안의 패밀리·템플릿)을 다른 프로젝트에 재사용할 수 있는가?

소유권 — "누가 만들었나"와 "누가 쓸 수 있나"는 다른 질문

모델을 물리적으로 만든 건 설계사지만, 그 안에 담긴 건물 정보는 발주처의 자산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내외 계약서에서 흔히 쓰이는 접근은 "발주처가 사용권(라이선스)을 갖되, 설계사가 저작재산권을 유지"하는 식의 절충이다. 어느 쪽으로 정하든,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으면 기본값은 나라·계약 유형마다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책임 — 모델 오류의 대가는 누가 지는가

BIM 모델의 정보가 자동으로 물량 산출·공정 계획·심지어 제작(패브리케이션)에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늘면서, "모델이 틀렸을 때의 책임"은 예전보다 훨씬 무거워졌다. 특히 여러 회사의 모델을 통합해서 쓰는 프로젝트라면 "어느 회사 모델의 오류였는지"를 가려내는 절차 자체를 계약서에 정해둬야 한다.

"참고용"이라는 문구의 함정
모델을 "참고용으로만 제공한다"는 문구를 넣어도, 실제로 그 모델 데이터로 물량 산출이나 발주가 이뤄졌다면 법적으로 "참고용"이라는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문구보다 실제 사용 방식과 계약서 내용이 일치하는지가 중요하다.

저작권 — 이 모델, 다른 프로젝트에 또 써도 될까

설계사가 공들여 만든 패밀리·템플릿을 다른 발주처 프로젝트에도 재사용하고 싶을 수 있다. 이건 원 발주처와의 계약에 재사용 가능 여부가 명시되어 있는지에 달렸다 — 명시가 없다면 재사용도, 재사용 금지도 서로 다르게 주장할 수 있는 회색지대가 된다.

계약서 체크리스트

  • BIM 데이터의 소유권 명시 (발주처 단독? 설계사 단독? 공동 보유?)
  • BIM 데이터의 라이선스 범위 (다른 프로젝트에서 재사용 가능 여부와 조건)
  • LOD/LOI 기준과 그 검증 방법 (계약서와 BEP를 서로 참조하도록 연결)
  • 모델 오류 발생 시 책임 소재와 절차
  • 데이터 보안 및 기밀 유지 조항
  • 분쟁 발생 시 해결 절차(조정·중재·관할 법원)
조항은 구체적일수록 안전하다
"적절히 협의한다" 같은 모호한 표현 대신, "재사용 시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하며, 동의 없는 재사용은 건당 OOO원의 사용료를 지급한다"처럼 구체적인 조건과 숫자를 넣는 게 실제 분쟁에서 훨씬 힘을 발휘한다. (단, 실제 계약서 문구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거칠 것 — 이 글은 실무 관점의 체크리스트이지 법률 자문이 아니다.)

마무리

흔히 하는 실수
계약서는 "설계 범위와 금액"만 신경 쓰고, BIM 관련 조항은 별첨 정도로 취급하는 것. 정작 분쟁이 터지는 지점은 대부분 설계 범위가 아니라 데이터를 누가 소유하고, 누가 책임지고, 누가 다시 쓸 수 있는가다. BIM 법적 이슈는 아직 판례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영역이기에, "BIM도 건설 계약의 일부"라는 관점으로 처음부터 조항을 명확히 넣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