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아는 분류, 남이 모르면 소통 불가다 - Uniclass와 마스터포맷 이해하기
BIM 모델에서 벽을 찾으려면 "Wall"이라고 검색한다. 그런데 그 벽이 어떤 의미인지 — "이 벽은 내력벽인가, 칸막이인가, 외벽인가, 방화구획 벽인가" — 컴퓨터는 모른다. 사람은 벽 이름을 보면 짐작하지만, BIM 모델이 수천 개의 객체를 분석하거나 여러 조직 간에 정보를 교환할 때는 "짐작"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BIM 분류 체계(Classification System)**다.
BIM 분류 체계의 역할분류 체계는 사람의 언어로 모호하게 기술된 건축 요소에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표준 코드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사람끼리는 "30분 내화 벽"으로 알아듣지만,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가 데이터를 교환할 때는 "ISO 12006-2에 따른 Uniclass 코드 EF_25_10_25" 같은 명확한 식별자가 필요하다.
주요 분류 체계 비교
| 분류 체계 | 사용 지역 | 구조 | 특징 |
|---|---|---|---|
| Uniclass 2015 | 영국·유럽 | 12개 테이블 (Complex, Entity, Space, Element, System, Product...) | 가장 체계적, ISO 12006-2 완전 준수, IFC4와 함께 가장 널리 쓰이는 분류 체계 |
| MasterFormat | 북미 | 50개 Division (03 Concrete, 08 Openings, 23 HVAC...) | 시공·내역서 중심, 6자리 코드, 공종 분류에 강함 |
| OmniClass | 북미 | 15개 테이블 (Construction Entities, Spaces, Elements, Products...) | 마스터포맷을 보완, 설계·시공·운영 전 생애 커버 |
| ISO 12006-2 | 국제 | 메타 표준 — 각국 분류 체계의 참조 모델 | 그 자체가 분류 체계는 아니고, 분류 체계를 만드는 방법론 |
국내에는 아직 표준화된 BIM 분류 체계가 없어서, 많은 조직이 Uniclass와 MasterFormat을 혼용하거나, 자체 분류 체계를 만들어 쓰는 상황이다.
Revit에서 분류 체계 활용하기
Revit은 기본적으로 Assembly Code, Keynote, OmniClass Number 등 분류 체계 관련 파라미터를 내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값은 비어 있고, 활용하려면 분류 코드가 채워진 템플릿을 별도로 로드해야 한다.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분류 체계를 적용한다.
- 모든 패밀리 Type에 Assembly Code를 입력한다 — 예를 들어 "EF_25_10_25"(Uniclass) 또는 "03 30 00"(MasterFormat)
- Schedule에서 Assembly Code 필드로 그룹핑하면, 분류 코드별로 물량이 자동 집계된다.
- IFC로 내보낼 때 이 코드가 함께 전달되므로, 발주처·시공사·FM 운영자가 각자 시스템에서 코드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류·검색할 수 있다.
1,000개 패밀리, 하나씩 손으로 코드 넣을 건가Dynamo로 패밀리 카테고리 + Type Name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Assembly Code를 일괄 입력하는 스크립트를 만들어두면, 코드 입력 작업이 하루에서 10분으로 줄어든다. 모든 객체를 개별 편집하려고 하면 시작도 전에 포기하게 된다.
[Image: Revit 패밀리 Type Properties 창에서 Assembly Code 필드에 Uniclass 코드가 입력된 화면과, Schedule에서 Assembly Code별로 그룹핑되어 물량이 집계된 표]
한국형 분류 체계 — 현실과 전망
국내에서는 아직 "공통된 BIM 분류 체계"가 부재하다. 건축 분류 체계로는 "건설정보분류체계(건설기술연구원)"가 있지만 BIM 전용으로 설계된 것은 아니며, 조달청·LH·SH 등 발주처별로 각자의 코드 체계를 요구한다. 결과적으로 한 프로젝트에서 발주처 코드 + 설계사 코드 + 시공사 코드를 모두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buildingSMART Korea를 중심으로 한국형 BIM 분류 체계 표준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당분간은 조직 자체적으로 Uniclass나 MasterFormat을 기준 코드로 삼고, 프로젝트별 발주처 요구 코드를 매핑 테이블로 추가하는 하이브리드 접근이 가장 실용적이다.
마무리
분류 체계는 BIM의 "보이지 않는 인프라"다. 당장은 없어도 모델링이 되지만, 없으면 데이터의 검색·분석·교환·장기 보관이 모두 불가능해진다. 초기 도입은 간단하다. 사무소 표준 패밀리 템플릿에 Uniclass Assembly Code 필드 하나를 추가하고, 자주 쓰는 20개 패밀리에 코드를 입력해보라. 이 작은 시작이 3년 후 BIM 데이터의 자산 가치를 결정하는 기반이 된다.